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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본문
15-1. 가족끼리
어느덧 8월. 조선은 새해가 되었다.
유이는 휴가를 내고 고향집에 며칠 들렀다.
여기서는 유이가 아닌 설화였다.
"언니-!"
"오랜만이네 가령아!"
"그니까~ 보고 싶었어~"
"언니 좋아하는 건 여전하단 말이야?"
"당연하지~!"
"설아! 잘 지냈고?"
"오빠! 난 당연히 잘 지냈지!"
삼 남매는 아직도 사이가 좋았다.
"작은 누나바라기 큰 누나 왔다~"
"동주도 오랜만이네"
"오늘도 껴안고 있네"
"후후후. 그래?"
"언니는 내가 그렇게 좋아?"
"응~ 우리 가령이가 너-무 좋아"
"진짜 부끄럽게-"
"나도 그렇게 좋아해 주면 안 되나"
"오빠도 당연히 좋아하지! 내가 가장 의지했던게 오빠인걸?"
"말만이라도 고마워"
어르신들께도 인사를 드리고 삼 남매에 동주까지 넷이서 나들이를 나갔다.
"누나 판소리 듣고 싶어"
"나도 듣고 싶네"
"나도!"
"그렇게 듣고 싶어?"
"당연하지 누나!"
"언제 들어도 좋은걸?"
"그러면 어디서 쉬었다가 갈래? 한 대목 들려줄게"
"좋아-!"
쉴 때 판소리를 한 대목 창하기도 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잔뜩 수다를 떨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일 수밖에 없었다.
돌아와 식사를 하고서 가령이와 동주, 오빠는 나갔다.
부모님과 단 셋이서 남게 되었다.
아직도 서로 어색한지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저... 설아"
"네?"
어머니가 먼저 말을 걸어오셨다.
"잘 지냈고?"
"네. 바쁘기는 해도 보람차요"
"다행이구나"
"..."
자꾸만 대화가 금방금방 끊겨버려 정적이 감돌았다.
"설아"
"네"
이번에는 아버지셨다.
"군대일은 안 힘들고? 전에 들어보니 야근만 한다더구나..."
"힘들 때도 있지만, 나라를 위한 일이니 성심성의껏 해야죠"
"그래도 몸은 챙기면서 하렴"
"네"
"음... 할 말이 많이 없구나..."
"...."
남매끼리 있을 때는 할 말이 바로바로 나왔는데,
지금은 도저히 말을 못 하겠었다.
"저... 설아. 우리가 많이 미안하구나..."
"맞아. 어렸던 널 너무 내버려 뒀었어"
"저 이제는 괜찮아요! 그렇게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두 분 마음은 충분히 알고 있어요.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크다는 것도요"
"그러지 말고, 저도 편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가령이랑 오빠 대하는 것처럼..."
"진짜 한가족처럼요"
"..."
또 정적이 감돌았다.
말을 괜히 꺼냈나 싶었다.
"그게 네 뜻이라면 알겠다..."
"넌 우리 뜻을 헤아려줬는데, 우린 그러지 못했구나..."
"괜찮아요. 다 진심에서 우러나오신 말들이셨잖아요? 그렇죠?"
"그렇지... 고맙구나"
"정말 고마워"
"저도 감사해요"
부모님과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때였다.
오후에는 부모님까지도 나가시고, 결국 할아버지와 단 둘이 되었다.
"설아, 뭐라도 들려주지 않으련?"
"네?"
"뭐라도 들려주렴"
서로 자기 할 것을 하고 있다가 할아버지께서 말을 거셨다.
일단 되는대로 방에서 거문고를 꺼내와 연주했다.
"실력이 엄청나구나"
"감사해요"
"....."
할아버지와 있는 건 아직도 살짝 거북했다.
전에 화해를 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편하긴 그지없었다.
속을 조용히 삭히고 있을 때, 할아버지께서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뭐가 그리 얼굴이 어둡냐! 좀 더 허리피고! 밝게 있어야지!"
"..."
"네..."
"그래. 이제야 좀 볼만하네"
"너는 웃는 모습이 제일 이쁘더구나"
"그런가요..."
"그래. 특히 남매 셋이 같이 있을 때가 가장 좋더구나"
"동생이 그렇게 좋더니?"
"그건... 뭐, 그렇죠... 후후"
"동생얘기를 꺼내자마자 웃는구나. 동생바라기네 바라기야"
"네~ 저 동생바라기 맞아요"
"가령 이가 제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니까요"
"바라기정도가 아니라 바보였구나-"
"그럴까요? 후후후후"
"음... 네 오빠는 어떻게 생각하니?"
"오빠는 믿음직하죠"
"항상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고... 가장 의지돼요"
"흠이라면, 너무 자신감이 없다는 걸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너무 자기주장이 없어"
"맞아요!"
둘이서 한창 가족들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할아버지가 잠깐 어디로 가셨을 때, 나가셨던 작은아버지께서 돌아오셨다.
"설아!"
"..."
"..."
"음.... 어..."
"뭐... 하세요?"
작은아버지는 뒤에서 놀라게 하려 하신 듯 보였지만, 오히려 서로 뻘쭘해졌다.
"크흠흠... 많이 뻘쭘하네..."
"그- 요즘도 일 많은 것 같던데 말이야"
"네. 그쵸"
"안 힘드냐?"
"힘들죠. 그래도 나라를 위한 일이니"
"정말로... 항상 미안하구나. 그 애국심을..."
"그만해요 좀- 이제 오히려 제가 지쳐요"
"미, 미안하다"
"하..."
"더 잘해줘야 하는데... 어렵구나"
"지금도 충분히 좋아요"
"안타티카와 조선이 좋게 이어진 것만으로도요..."
"정말 감사해요!"
"..."
"그, 그러니...?"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작은아버지는 당황한 듯 보이셨다.
설화로선 영문을 모를 뿐이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 그게..."
"네가 나한테 그렇게 활짝 웃어줄지는... 전혀 몰랐었어서..."
"!!!"
설화가 작은아버지를 덥석 안았다.
"안을 줄도 몰랐죠? 후후후"
"..."
"그렇게 구시는 것도 불편하니까- 편하게 지내자고요"
"....."
"욘석! 없던 장난이 그새 생겼네~? 하하하하!"
"생긴 지 오래거든요-?"
"그랬어?"
"네~"
그날은 정말 평화로웠다.
이렇게 행복한 가족이 생길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같이 있다.
앞으로도 쭉 행복한 가족이길 바라며.